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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례평석 ] 차별개선위원회 성희롱결정 및 시정권고의 행정소송 대상성

이동완노무사 2005. 9. 5. 12:46
[ 판례평석 ]  차별개선위원회 성희롱결정 및 시정권고의 행정소송 대상성
 


 

I. 사건개요

2001년 5월 30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기업체ㆍ관공서에 대한 위탁교육훈련서비스업을 영위하는 주식회사M과 민원서비스기본과정의 교육을 위탁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주식회사M은 공단직원에 대한 교육 중 일부를 공공기관의 직원 등에 대한 서비스교육을 의뢰받아 강의하는 박○○(원고)에게 의뢰하였고, 원고는 2001년 6월 27일부터 8월 25일까지 8회에 걸쳐 공단직원에 대한 교육을 담당하였다. 원고로부터 교육을 받은 임○○ 외 공단직원 22명은 2001년 8월 31일부터 9월 14일까지 사이에 원고가 교육 중 그들에게 한 성적 언동이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이유로‘남녀차별금지및구제에관한법률’(이하‘남녀차별금지법’이라 한다)에 의한 시정을 여성부 차별개선위원회에 신청하였다. 여성부 차별개선위원회는 남녀차별금지법 제28조 제1항에 따라 2001년 11월 5일 원고에 대하여는“원고가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들인 임○○ 외 22명에게 한 행위가 남녀차별(성희롱)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하였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하여는「국민건강보험공단 회보나 소식지 등에 공개사과문을 게재하는 것을 권고하고, 재발방지대책을 세우도록 권고하며, 원고로부터 직접적으로 지목된 직원인 임○○, 신○○, 이○○에게 각 200만원을 주도록 권고하고, 신청인 23명에 대하여 향후 개인적인 불이익을 주지 않을 것을 약속하도록 권고한다」는 시정조치의 권고를 하였다. 이에 원고는 서울행정법원에 여성부 차별개선위원회(피고)의 결정을 취소할 것을 청구하였다.

Ⅱ. 쟁 점

이 사안에서는 먼저 남녀차별금지법 제28조 제1항에 의한 성희롱결정과 이에 따른 시정조치의 권고가 행정처분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되었다. 왜냐하면 행정법원의 취소소송은 행정처분으로 제한되고(행정소송법 제19조), 행정지도에 해당하는 권고는 강제성을 수반하지 않는다는 점1)에서 원칙적으로 행정처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법이론적으로는 권고와 같은 행정지도가‘국민의 권리 또는 의무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며, 따라서 아무런 법적 효과도 발생하지 아니하는 비권력적 사실행위’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행정지도의 주체인 행정청이 국민에 대한 우월적 내지는 지배적인 지위에 있다는 점에서, 행정주체가 강제성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도 국민은 그것에 복종하지 않을 때 여러 가지 불이익이 행정주체로부터 오지 않을까 두려워하여 부득이 복종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이유에서 권고와 같은 행정지도에 대하여도 행정소송의 대상으로 인정할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따라서 대상판결에서는‘비권력적 사실행위’인 여성부 차별개선위원회의 성희롱 결정과 이에 따른 시정조치의 권고의 실질적 구속력과 이에 따른 권리침해구제의 필요성에 따라 취소소송의 대상(행정처분)으로 볼 것인지, 권고의 법적 성질에 기초하여 취소소송의 대상(행정처분)으로 볼 것인지가 쟁점이다.2) 이 사안에서는 또한 공공기관의 직원은 아니지만 공공기관으로부터 직원에 대한 교육을 위탁받아 교육을 실시한 강사가 남녀차별금지법 제2조 제2호 및 제7조의‘공공기관의 종사자’에 해당하는 지가 문제되었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지면 관계상 첫번째 쟁점에 대해서만 언급하기로 한다.

Ⅲ. 판결요지

대법원은 대상판결3)에서“성희롱 행위자로 지목된 사람이 자신의 언동이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여성부 차별개선위원회)가 그 사람의 언동을 성희롱에 해당하는 것으로 결정한다면, 그와 같은 결정에 의하여 그 사람의 명예감정은 물론 그에 대한 사회적 평가인 명예가 손상을 입어 그의 인격권이 직접적으로 침해받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할 것”이므로,“법 제28조에 의하면, 성희롱결정과 이에 따른 시정조치의 권고를 불가분의 일체로 행하여지는 것인데 피고의 이러한 결정과 시정조치의 권고는 성희롱 행위자로 결정된 자의 인격권에 영향을 미침과 동시에 공공기관의 장 또는 사용자에게 일정한 법률상의 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이므로 피고의 성희롱결정 및 시정조치권고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Ⅳ. 관련규정

남녀차별금지법 제7조 제3항은“성희롱은 남녀차별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동법 제28조 제1항에서는“위원회는 제22조의 규정에 의한 조사의 결과 남녀차별사항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는 남녀차별임을 결정하고, 당해 공공기관의 장 또는 사용자에게 시정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권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동법 제31조 제1항은“제28조의 규정에 의한 시정조치의 권고나 개선권고 또는 의견을 통보받은 공공기관의 장 또는 사용자는 특별한 사유가 있음을 소명하지 못하는 한 이에 응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고, 제2항에서는“제1항의 공공기관의 장 또는 사용자는 시정조치의 권고나 개선권고 또는 의견을 통보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그 처리결과를 위원회에 통보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동법은 이러한 권고를 이행하지 않은 자에 대한 제재조치에 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Ⅴ. 취소소송의 대상

1. 법규정

舊행정소송법 제1조는 행정소송의 목적을“행정청 또는 그 소속기관의 위법에 대한 그 처분의 취소 또는 변경에 관한 소송 기타 공법상의 권리관계에 관한 소송절차는 본법에 의한다”라고 규정하여 간접적으로 항고소송의 대상을 ‘행정청 또는 그 소속기관의 위법한 처분’으로 제한하고 있었다.
그러나 1984년 12월 15일 개정된 행정소송법 제19조는 취소소송의 대상을‘處分등’으로 제한하고 있고, 동법 제2조 제1호는‘處分등’을‘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 및 행정심판에 대한 재결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2. 학 설

취소소송을 포함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 행정처분의 범위와 관련하여 실체법적 개념론과 쟁송법상 개념론이 대립하고 있다. 실체법적 개념론4)은 행정소송법상의 처분개념을 학문상 행정행위의 그것과 동일한 것으로 보는 견해로서, 먼저 실체법적으로 행정행위의 개념을 정의해 놓고 그 정의에 해당되는 행정행위에 대해서만 연역적으로 처분성을 인정하려는 입장이다.
이 학설에 의하면 강제력을 수반하지 못하여 실체법적 행정행위에 포함될 수 없는 권고는 취소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쟁송법상 개념론5)은 취소소송의 권익구제기능을 중시하여 행정작용에 대한 국민의 권익구제의 폭을 넓히려는 취지에서 쟁송법상 행정처분의 개념을 실체법상 행정행위의 개념과 별도로 정립하려는 견해이다. 이 학설에 의하면 강제력을 수반하지 않아 실체법적 행정행위에 포함될 수 없는 권고도 형식적 행정처분6)에 속하는 경우에는 취소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게 된다.

3. 판 례

대법원7)은“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 함은 행정청의 공법상의 행위로서 특정 사항에 대하여 법규에 의한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률상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관계가 있는 행위를 가리키는 것이고, 행정권 내부에서의 행위나 알선, 권유, 사실상의 통지 등과 같이 상대방 또는 기타 관계자들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법률적 변동을 일으키지 아니하는 행위 등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 아니다”라고 하여 원칙적으로 실체법적 개념론(일원론)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결 중에는“행정청의 어떤 행위를 행정처분으로 볼 것이냐의 문제는 추상적ㆍ일반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구체적인 경우 행정처분은 행정청이 공권력의 주체로서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 국민의 권리 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는 점을 고려하고 행정처분이 그 주체ㆍ내용ㆍ절차ㆍ형식에 있어서 어느 정도 성립 내지 효력 요건을 충족하느냐에 따라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하며, 행정청의 어떤 행위가 법적 근거도 없이 객관적으로 국민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정처분과 같은 외형을 갖추고 있고, 그 행위의 상대방이 이를 행정처분으로 인식할 정도라면 그로 인하여 파생되는 국민의 불이익 내지 불안감을 제거시켜 주기 위한 구제수단이 필요한 점에 비추어 볼 때 행정청의 행위로 인하여 그 상대방이 입은 불이익 내지 불안이 있는지 여부도 그 당시에 있어서의 법치행정의 정도와 국민의 권리의식수준 등은 물론 행위에 관련한 당해 행정청의 태도 등도 고려하여야 한다”고 하여 쟁송법상 개념론의 경향을 띤 판결8)도 있다.

Ⅵ. 맺음말

종래의 국가들은 권력을 사용한 침해행정을 그 행정작용의 중심에 놓고 있었다. 그러나 현대민주국가에서는 그 주안점을 명령 및 강제에 두기보다는 협력과 참여에 두고 있다.9) 그러나 대부분의 행정지도가 행정기관의 광범위한 재량에 따라 행하여지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자의에 흐르고 실질적으로 불공정하고 편파적으로 될 우려도 없지 않다. 따라서 권고를 포함한 행정지도에 대해서도 행정쟁송법에 의한 권리구제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전통적 이론(실체법적 개념론)에 의할 경우 행정처분으로 인정되기 힘든 여성부 차별개선위원회의 성희롱 결정과 이에 따른 시정조치의 권고에 대하여 처분성을 인정한 이번 판결은‘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을 행정처분의 개념에 포함시킨 행정소송법 개정취지를 반영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특히, 이번 판결은 법적 근거를 가진 권고(행정지도)에 대하여 처분성(취소소송의 대상성)을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10) 그러나 대상판결이 취소소송의 대상(행정처분)이 되는 행정지도와 취소소송의 대상(행정처분)이 될 수 없는 행정지도를 구별하는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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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행정절차법 제2조 제3호는 행정지도를“행정기관이 그 소관사무의 범위 안에서 일정한 행정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특정인에게 일정한 행위를 하거나 하지 아니하도록 지도ㆍ권고ㆍ조언 등을 하는 행정작용’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동법 제48조 제1항은“행정지도는 그 목적달성에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며, 행정지도의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부당하게 강요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그리고 제2항은“행정기관은 행정지도의 상대방이 행정지도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것을 이유로 불이익한 조치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2) 취소소송의 대상에 대하여는 김남진,‘취소소송의 대상’, 사법행정 1991년 7월호, 43면 이하; 박윤흔,‘취소소송의 대상’, 사법행정 1990년 7월호, 44면 이하 ; 서원우,‘취소소송의 대상’, 고시계 1982년 10월호, 159면 이하 ; 이전오, ‘취소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 판례연구 제6집, 서울지방변호사회, 1993, 63면 이하
3) 대판 2005.7.8 선고, 2005두487
4) 신보성,‘취소소송의 대상과 범위’, 고시행정, 1991년 10월, 17면 ; 석종현,‘일반행정법’(상), 1995, 195면 ; 홍정선,‘행정구제법’, 2001, 541면.
5) 김도창,‘일반행정법론’(상), 1993, 752 ; 김동희,‘행정법’Ⅰ, 1991, 463면 ; 김향기,‘실체법상의 행정행위와 쟁송법상의 처분개념’, 월간고시 1993년 3월호, 37면 이하 ; 박윤흔,‘최신행정법강의’(상), 1995, 925면 ; 서원우,‘행정처분개념소고’, 월간고시 1991년 1월호, 21면 ; 김남진,‘행정법’Ⅰ, 1995, 721면.
6) 형식적 행정처분이란 행위 자체는 공권력 행사라는 실체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국민생활을 ‘일방적으로 규율하는 행위’이거나, 개인의 법익에 대하여‘계속적으로 사실상의 지배력을 미치는 행위’는 형식상으로 처분성이 인정되는 행정청의 행위를 말한다. 이러한 형식적 행정처분에는 행정상 입법ㆍ행정규칙ㆍ사실행위 및 행정지도와 같은 행위들이 포함된다.
7) 대판 1996.3.22 선고, 96누433. 同旨: 대판 1995.11.21 선고, 95누9099.
8) 대판 1993.12.10 선고, 93누12619. 同旨: 대판 1984.2.14 선고, 82누730 ; 대판 1989.9.12 선고, 88누8883 ; 대판 1991.8.13 선고, 90누9414 ; 대판 1992.1.17 선고, 91누1714.
9) 주의ㆍ경고ㆍ권고의 법현실적ㆍ법사회학적 의의에 대하여는 오준근,‘방송위원회의 주의ㆍ경고 및 권고에 관한 행정법적 연구’, 방송연구 2004년 겨울호, 227면 이하 참조.
10) 실체적 행정행위에 속하지 않는‘행정상의 입법(대판 1954.8.19 선고, 4286행상37)’,‘구속적 행정계획(대판 1982.3.9 선고, 80누105)’,‘권력적 사실행위(대판 1979.12.28 선고, 79누218)’와 법적 근거가 없는 행정지도로서의 권고(대판 1994.12.13 선고, 93다49482)에 대하여 처분성을 인정한 판결은 있었다.





출처 : 월간 노동법률 - 2005년 9월호 (통권 제17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