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법한 사내하도급에 대한 법적 판단의 경향
사내하도급과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여러 회사에서 노사분쟁의 원인이 되었고, 현재도 되고 있다. 그리고 노사분쟁 과정에서 진정, 실사 등의 형태로 노동사무소의 조사가 개시되거나, 근로자들이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 또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여 법률적 판단을 받고 있다.
사내하도급에 대하여 그것이 적법한 도급관계인가 아니면 위장도급, 불법파견에 해당하는가의 기준에 대하여는 대법원의 근로자성 판단기준과 노동부의 사내하도급 점검지침이 활용되고 있다.
노동위원회와 법원에서는 추상적 기준을 구체적 사례에 적용하는 단계에서 사내하도급과 관련한 다양한 결정과 판례를 내고 있으나 법리가 통일되어 있지 않다. 그 결과 기업현장에서는 적법한 도급과 위법한 파견의 한계가 무엇인지, 위법한 파견으로 인정되는 경우 적용되는 법리는 무엇인지에 대하여 혼란을 느끼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하에서는 사내하도급이 적법한 도급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관의 법적 판단의 경향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Ⅰ. 적법한 도급관계인 경우
적법한 도급관계로 판단되는 경우 도급인과 수급인에게는 민법상의 도급에 대한 규정과 각종 계약상의 법리의 적용을 받게 된다. 도급인은 그 소속 근로자에 대하여, 그리고 수급인은 그 소속 근로자에 대하여 각각 사용자의 지위에 있다. 한편, 도급관계의 요소와 고용(내지 파견)적 요소가 있지만 전자의 비중이 더 크다고 판단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에도 역시 전체적, 종합적으로는 적법한 도급관계이므로 도급관계에서의 법리가 그대로 적용된다.
Ⅱ. 적법한 도급관계가 아닌 경우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
1. ‘위장도급’과‘직접고용관계’를 인정한 경우(대법원 2003.9.23 선고, 2003두 3420 판결)
대법원은 S사 사례에서, 업무도급계약상 수급인은 자신이 고용하는 종업원을 관리하고 직접 지휘·감독하기 위하여 현장대리인을 선임하여야 하고, 도급인은 계약의 이행에 관한 지시를 현장대리인이 아닌 종업원에게는 직접 행하지 아니하도록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① 도급인은 수급인 소속 근로자에 대하여 현장대리인을 경유하지 아니하고 업무지시, 직무교육실시, 표창, 휴가사용승인 등 제반 인사관리를 직접 행하여 온 점, ② 수급인 회사는 도급인의 자회사가 그 주식의 100%를 소유하고 있는 회사로서, 역대 대표이사는 도급인의 전임 임원이 선임되었고 거의 전적으로 도급인의 업무만을 도급받아 오는 등 형식상으로는 독립 법인으로 운영되어 왔지만 실질적으로는 모자(母子)회사의 관계로서 사실상의 결정권을 참가인이 행사해 온 점을 인정한 다음, 도급인과 수급인 사이에 체결된 업무도급계약은 진정한 의미의 업무도급이 아닌‘위장도급’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수급인은 도급인 자회사로서 ① 형식상으로는 독립된 법인으로 운영되어 왔으나 실질적으로는 참가인 회사의 한 부서와 같이 사실상 경영에 관한 결정권을 참가인이 행사하여 왔고, ② 참가인이 물류센터에서 근로할 인원이 필요한 때에는 채용광고 등의 방법으로 대상자를 모집한 뒤 그 면접과정에서부터 참가인의 물류센터 소장과 관리과장 등이 수급인의 이사와 함께 참석한 가운데 실시하였으며, ③ 수급인이 보낸 근로자들에 대하여 도급인의 정식 직원과 구별하지 않고 업무지시, 직무교육실시, 표창, 휴가사용 승인 등 제반 인사관리를 참가인이 직접 시행하고, ④ 조직도나 안전환경점검팀 구성표 등의 편성과 경조회의 운영에 있어서 아무런 차이를 두지 아니하였으며, ⑤ 그 근로자들의 업무수행능력을 참가인이 직접 평가하고 임금인상 수준도 도급인의 정식 직원들에 대한 임금인상과 연동하여 결정하였음을 알 수 있는 바,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도급인은‘위장도급’의 형식으로 근로자를 사용하기 위하여 수급인의 법인격을 이용한 것에 불과하고, 실질적으로는 참가인이 원고들을 비롯한 근로자들을 직접 채용한 것과 마찬가지로서 참가인과 원고들 사이에 근로계약관계가 존재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직접고용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 파견법상의 고용의제 규정은 그 적용여지가 없다고 판시하였다.
2. 직접고용관계를 부정하고 불법파견임을 확인한 경우(대법원 2004.4.16 선고, 2004두1728 판결)
대법원은 수급인 소속 근로자들은 수급인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였을 뿐 도급인 회사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으며, 수급인 회사의 설립경위와 목적, 도급인과 사이에 체결한 경영협약 및 도급계약의 내용, 수급인 소속 근로자들과 체결한 고용계약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수급인 회사가 독립된 사업적 실체 없이 도급인 회사의 노무관리자의 역할만을 수행하는 등 그 존재가 형식적, 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사용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사실관계와 파견법의 규정을 종합하여, 도급계약은 그 문구에도 불구하고 파견법 소정의 근로자파견사업으로서, 수급인 소속 근로자들이 형식적으로는 수급인에 의해 고용되었으나 실제로는 도급인의 지휘·명령과 감독을 받으면서 도급인을 위한 근로는 제공하여온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관하여 수급인은 근로자파견사업의 허가를 얻은 바가 없고, 수급인 소속 근로자들이 종사한 업무가 예외적으로 근로자파견이 허용되는 업무(파견법 제5조 제1항, 파견법시행령 제2조 제1항 관련 별표1 참조)에 해당한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수급인이 위 용역도급계약에 따라 원고들을 참가인의 사업장에 파견하여 근무하게 한 것은 파견법에 위배되는 위법행위임은 인정된다고 판시하였다.
한편, 위법한 근로자파견사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수급인과 그 소속 근로자 사이의 근로계약이 무효가 되고, 그 결과 파견법 소정의 사용사업주와 유사한 지위에 있는 도급인이 수급인 소속 근로자의 사용자가 된다는 결론이 바로 도출될 수는 없다고 하였다. 이유는 파견법에 따른 근로자파견이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사용사업주의 지휘, 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제2조 제1호)을 말하는 것이므로, 파견근로자와의 관계에서 사용자의 위치에 있는 자는 원칙적으로 파견사업주라 할 것이며, 근로기준법 중 대부분의 규정(여기에는 부당해고구제신청절차에 관한 규정도 포함된다)의 적용에 있어서 파견사업주를 사용자로 보고 사용사업주는 근로시간, 휴게, 휴일 등의 일부 규정의 적용에 있어서만 사용자로 본다는 파견법 제34조의 규정이나, 파견기간이 2년을 초과하는 경우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의제는 파견법 제6조 제3항의 규정 또한 위와 같은 취지를 반영한 것이라 할 것이고, 따라서 사용사업주와 유사한 지위에 있는 도급인 회사는 원고들에 대한 관계에서 사용자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근로자파견 역무의 제공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파견대상업무, 파견기간, 인적·물적 기준 등에 관한 엄격한 요건하에 예외적으로만 근로자파견을 하용하고 있는 파견법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본다면, 파견근로자, 파견사업주, 사용사업주 사이의 관계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 파견법의 제 규정들(제6조, 제34조, 제35조 등)은‘적법한’근로자파견의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이지, ‘위법한’근로자파견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결론을 따를 경우 해당 근로자의 권익 보호에 미흡하게 될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위법한 근로자파견의 경우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 중 누구와 사이에 고용관계가 성립하는 것으로 의제할 것인지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일부의 입법례와는 달리, 우리 파견법은 이점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므로, 현행법의 해석상으로는 위법한 근로자파견의 경우 파견근로자와 사용사업주 사이에 고용관계가 성립하는 것으로 의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Ⅲ. 대법원 판결의 경향 이해
위에서 제시한 판례에서 본 바와 같이 대법원은 고용(내지 파견)적 요소의 정도에 따라 직접고용관계를 인정하기도 하고 부정하기도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직접고용관계를 인정한 경우에는 파견법상의 고용의제규정의 적용여부는 문제되지 않는다는 태도이다.
한편, 직접고용관계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에도 파견적 요소가 상당히 있는 경우 파견법을 적용하여 허가를 받지 않은 경우‘불법파견’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불법파견’을 인정하더라도 고용의제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데, 그 이유는 고용의제 규정은 파견법과 그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적법파견의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이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직접고용관계의 인정은 도급인과 수급인, 수급인과 소속근로자 사이의 계약의 내용, 즉 당사자의 의사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므로 대법원은 직접고용관계의 인정은 매우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Ⅳ. 하급심 판결의 경향 이해
최근, 하급심(서울지방법원 2004.11.26 선고, 2003가합 96857 판결)은 D사 사례에서‘위장도급’임을 인정하고 파견법상의 고용의제 규정에 의하여 고용관계를 인정한 다음 2년의 기간이 만료한 다음부터 도급인 회사의 근로자로서의 신분을 취득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러나 위 하급심 판결은 앞서 언급한 대법원의 태도에 반하는 것이다. 하급심은 사실관계 자체에서 직접고용관계 인정여부를 판단하지 않았고, ‘위장도급’을 인정한 후 곧바로 파견법상의 고용의제 규정을 적용하여 고용관계를 의제하였다.
그러나, 하급심은 대법원의 태도에 따라 사실관계가 고용적 요소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경우 직접고용관계를 인정하였어야 하며, 고용적 요소와 도급적 요소의 비중의 차이가 크지 않은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에 체결된 계약의 내용을 존중하여‘불법파견’만을 인정하였어야 한다. 그런데 하급심은 직접고용관계 인정여부에 대한 판단 없이 곧바로 파견법상의 고용의제 규정에 의존하는 논리를 전개하였다.
Ⅴ. 노동위원회 결정의 경향 이해
최근 서울지방노동위원회(2005.7.7 2005부해 88)는 사실관계에 대하여 직접고용관계 인정여부를 판단하지 않았고, 곧바로‘불법파견’임을 인정하고, 파견법상의 고용의제 규정을 적용하여 고용관계를 의제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노동위원회 태도는 직접고용관계를 먼저 판단하고 이어서 불법파견 여부를 판단하며, 불법파견에 대하여 고용의제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대법원의 태도에 반하는 것이다.
한편, 최근 부산지방노동위원회(2005.7.19 2005부해 57, 67, 84)는 사실관계에 대하여 고용적 요소의 비중이 높지 않아 직접고용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불법파견으로 고용의제 규정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예비적 주장에 대해서는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파견법상의 고용의제 규정은 적법한 파견의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이므로 고용의제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 노동위원회 결정은 대법원의 태도에 충실한 결정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Ⅵ. 결 론
대법원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하급심 판결이나 노동위원회 결정은 통일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현장에서는 사내하도급에 고용 내지 파견적 요소가 존재하는 경우 적용되는 법리에 대하여 많은 공방이 전개되고 있다. 대법원 판례를 중심으로‘위장도급’, ‘불법파견’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 적용되는 법리가 정리되어야 할 것이다.
출처 : 월간 노동법률 - 2005년 9월호 (통권 제172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