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견기업을 위한 인적자원관리
'중간관리자'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일반적으로 조직의 구성원은 자신이 담당하는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여 인정받게 되면 중간 관리자로 승진하게 되는데, 통상 과장·차장·부장 등의 계층을 지칭하는 중간 관리자는 조직의 허리로서 경영진과 사원층을 연결해주는‘연결핀’또는‘가교’일 뿐만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는 업무를 관리·수행하는 일선 지휘관이다.
반면 중간 관리자는 흔히 CEO를 비롯한 최고 경영층으로부터는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받을 수 없게 만드는 걸림돌이며, 부하 사원들로부터는 변화를 두려워하는 존재 또는 감시·감독·통제 등 낮은 부가가치의 업무에 종사하면서도 높은 비용을 발생시키는 존재로 취급되기도 한다.
다른 한편 중간 관리자들은 기업이 조직의 위계를 줄이기 위한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인원 정리대상 제1순위의 대상이 되기도 하며, 일상적으로는 능력있는 신세대 부하 사원들로부터 끊임없이 압박을 받으면서, 정작 이들과의 사이에서 문제가 생기면 경영층으로부터 지적을 받는 쪽은 언제나 상사인 중간 관리자가 되는 등 위로부터는 핍박의 대상이 되고, 아래로부터는 권한 이양의 희생양이 되곤 한다.
‘중간 관리자’에 대한 상반된 평가
GE의 잭 웰치는‘관리자’라는 말 자체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는데,‘관리자’란 일을 하도록‘도와주는 대신 통제하고’, 일을‘단순화시키는 대신 복잡하게 만들고’, 일을‘촉진시키기보다 지배자처럼 행동’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도산 직전의 닛산자동차를 1년이라는 최단기간만에 흑자기업으로 되살려 놓은 카를로스 곤은 닛산의 구조조정 책임자로 부임한 직후 현장 파악을 위해 중간 관리자들을 배제하고 800명의 사원을 직접 인터뷰했다. 그 인터뷰 과정에서 곤은 닛산 쇠락의 진짜 이유를 알 수 있었고, 단절된 조직 내부의 커뮤니케이션을 회복시키는 것으로 재건에 시동을 걸었다고 한다.
진로는 1997년 6월 조직 통폐합을 통해 부·차장급 중간 관리자들에 대한 정리 작업을 진행했는데, 전체의 30%에 달하는 약 1,000 명이 일선 현장 영업 부문으로 전진 배치됐다. 쌍용자동차도 1997년 초부터 6월까지 중간 관리자들을 포함하여 사원 200여명에 대해서 명예퇴직을 실시했다. 일본글래스(株)는 1996년 부장-차장-과장-과장대리-계장 등 5단계로 되어있는 직급관리체계를 부장과 그룹 관리자의 2단계로 축소하고, 중간 관리직을 중심으로 2만명의 인원을 감원하였다.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IBM社, GE社, AT&T社 등 초우량 기업들은 기업 이미지의 저하를 감수하면서까지 사원을 대량 해고하였으며, 필요한 중간 관리직 대부분은 외부 공급자와의 단기 계약으로 대체하고 있다. 이와 같이 중간관리자는 마치 기업에서 이제 더 이상 아무런 가치도 없는 존재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와 같은 중간 관리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는 반대로, 다양한 국가와 업종에 종사하는 100만명 이상의 사원들을 대상으로 한 한 갤럽 조사에서는 중간 관리자의 존재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결과들이 도출되었다. 예를 들면 동일 기업 내의 서로 다른 단위 사업장의 사원 의식 비교 분석조사에서 상위 25%에 해당하는 매장은 하위 25%의 매장에 비해 생산성, 수익성, 근속률, 고객 만족도 등의 경영성과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즉 이와 같이 동일 기업 내에서도 서로 다른 사업장마다 경영성과 측면에서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은 최고 경영자의 리더십이나 보상 수준보다 오히려 중간 관리자의 관리방식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결국 정책이나 제도 혹은 업무 프로세스가 어떻든지간에 각 매장마다 중간 관리자에 따라 서로 다른 조직문화가 형성되고, 이와 같은 차이가 어떤 매장은 헌신적인 사원들로 가득한 데 반해 다른 매장은 불만이 높은 사원들로만 이루어진 곳으로 만들게 된 것이다.
프랑스 Insead 경영대학원의 Quy Nguyen Huy 교수는 Harvard Business Review에 기고한 ‘In Praise of Middle Managers’에서 중간 관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중간 관리자의 업무 수행 방식을 제대로 지켜보지 않은 채 경영 관행에 관한 글만을 읽은 사람이라면, 중간 관리자는 없어질 운명에 처해 있거나 마땅히 없어져야 할 사람들인 것으로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200명 이상의 중간 관리자 및 임원들에 대한 관찰·심층 인터뷰·사례 연구를 통해 중간관리자는 특히 기업의 혁신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결론짓고 있다. 그 이유는 중간 관리자는 기업이 혁신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경영자 편에 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떤 중간 관리자가 요구되는가?
지금까지 많은 중간 관리자들은 부하의 행동을 관찰하고 업적이 제대로 달성되고 있는지 아닌지를 파악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투자하였다. 그러나 업적이 예정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아닌지 하는 것은 부하 자신이 더 잘 알고 있다. 물론, 일부 중간 관리자들은 자기 부서의 계획이나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그러한 사람조차도 부하에게 계획을 작성토록 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기업은 이러한 중간 관리자들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즉 최고 경영층이나 하부로의 단순한 정보 전달자 또는 일상적인 업무의 조정적인 역할만을 수행하는 중간 관리자는 필요없을 것이다.
최고 경영층이 조직의 비전달성을 위해 목표를 설정하고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등 전략적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반면, 중간 관리자는 사원들의 재능과 기업의 목표, 고객 욕구 사이의 반응속도를 높이는 촉매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특히 급변하는 고객의 욕구를 파악하고 이에 신속하게 대응해야만 하는 현대 경영환경에서 중간 관리자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더욱이 기업 내 경영혁신을 추진하고 대외적인 경쟁력을 확보해가는 기업의 중추적인 영역에서는 구성원 개개인의 능력을 제품 개발 등 구체적인 새로운 가치창조에 연결하는 중간 관리자가 결정적인 중요성을 가진다.
최고 경영층은 회사가 목표로 하는 비전이나 이상을 추구하고, 현장의 사원들은 특정 기술이나 제품·시장에 관해 누구보다도 정통해 있지만 현실에만 집착하고 있기 때문에 정보를 유용한 지식으로 변환하는 것이 곤란하다. 중간 관리자들은 이들 사이에서 현장 사원이 최고 경영자의 비전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구체적인 업무 수행 방법을 제시하고 지식 변환이 잘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한다. 중간 관리자가 최고 경영층의 비전과 부하 사원의 창의성을 통합하고, 계층 상호간의 역동성을 이끌어내는 새로운 경영 이론을‘미들-업다운 경영(middle-updown management)’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이중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 중간 관리자는 두 가지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두 가지 언어의 구사능력이란 최고 경영층이 통상 사용하는 전략적 언어(구체적인 조치로 전환되어야 하고 목표라는 형태로 지시받게 되는 추상적 지침을 말한다)를 현장 사원들이 사용하는 운영적 언어로 번역하는 것을 말한다.
중간 관리자 효율성 제고를 위하여
중간 관리자들을 포함한 조직 구성원을 무조건적으로 감원함으로써 기업에의 충성심이 약화되고 사기가 저하되는 등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들에게 능력껏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기업이 필요로 하는 중간 관리자의 수는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중간 관리자들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기업가형 중간 관리자와 전문가로 구분하여 육성·활용해야 한다.
기업가형 중간 관리자란 장래 기업 간부가 되어 조직을 이끌어갈 자로서 최고 경영층과 사원들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며, 문제를 효율적으로 풀어감에 있어서나 사원들의 창의성 개발과 활용에 있어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자를 말한다. 이에 비해 전문가는 고도의 전문적인 지식이나 능력을 가지고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창조성을 발휘하는 인재를 말한다. 이를 구분하는 수단은 전문 지식의 정도와 대인 능력에 대한 感이다. 기업가형 중간 관리자는 이들 둘 모두가 필요하지만, 전문가는 대인 능력보다는 전문 지식이 요구된다. 이러한 인재들은 구분 육성되어야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들은 지금까지 일반 관리자 중심으로 조직을 운영하였기 때문에 아직 이들에 대한 능력 개발은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기업가형 중간 관리자와 전문가로 구분 육성하는 방법 중 하나는 진로선택제도이다. 진로선택제도는 구성원들의 향후 진로에 대해 몇가지의 경로를 설정하여 구성원 스스로가 사전에 자신의 경력경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진로선택제도는 능력이 각기 다른 유능한 구성원들을 육성·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여기에는 보통 관리직 경로와 전문직 경로가 있다. 이 제도의 도입에 있어 유의할 점은 전문직 경로가 관리직에 등용되지 못한 자를 단순히 구제하기 위한 경로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문가의 기능이 애매해지고 인재 활성화의 효과를 결코 기대할 수 없다. 전문가란 호칭은 어떤 특정 분야에 전문 능력을 가진 자에게 주어지는 것이지 결코 아무에게나 부여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필요하다면 오히려 전문가가 대우받도록 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보상체계와 적절히 연결되어야 한다. 이것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에서 전문가를 육성한다는 것은 어려운 것이다. 보상은 전문가들 각자가 만들어내는 가치를 양과 질의 측면에서 파악하고 이에 비례하여 개별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간 관리자의 4가지 유형
인터넷에서 회자되고 있는 4가지 유형의 중간 관리자를 일별함으로써 본 글을 마치고자 한다.
1위-똑게(똑똑하고 게으른 중간 관리자) 똑게가 중간 관리자로 있으면 조직에 가장 이롭다고 할 수 있다. 우선 똑똑하기 때문에 조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고 있다. 또 일이 잘되어가고 있는지, 잘못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결정적으로 게으르기 때문에 자기 스스로 나서서 일하는 것은 싫어한다. 그래서 보통 부하들에게 일을 시켜놓고 중간중간 가끔 체크해서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으면 바로잡고 시시콜콜한 건 귀찮아서 간섭하지 않는다. 이런 타입의 상사 밑에서는 배울 것이 많으며 결국 뛰어난 인재들을 양성하게 되어서 조직 전체의 입장에서는 좋다.
2위-똑부(똑똑하고 부지런한 관리자) 똑부는 스스로 똑똑한데다가 부지런하기까지 하니까 부하가 일가지고 버벅대는 것을 보느니 차라리 자기가 일을 다 해버리고 만다. 뭐 방향감각도 좋고 나름대로 결과도 나오니 조직 전체의 입장에서는 그 나름대로도 괜찮다고 할 수 있겠다. 가끔 똑똑한 부하를 만나면 시너지효과를 발휘해 큰 일을 해내기도 한다. 하지만 조직이란 것 자체가 뛰어난 사람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보통의 사람들이 뭉쳐서 안정된 결과를 얻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한두명이 빠진다고 휘청댄다면 그건 이미 조직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즉 뛰어난 그 사람이 아니면 일이 돌아가지 않는다면 그것은 더 이상 조직이 아니다.
3위-멍게(멍청하고 게으른 관리자) 멍청해서 상사가 한 말의 진의를 파악하지 못하고 조직 전체가 어떻게 가야 할 지에 대한 개념은 없지만 게으르기 때문에 큰 사고는 치지 않는다. 한마디로 복지부동형. 어차피 조직에는 이런저런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고 소수의 똑똑한 사람이 방향을 제대로 잡고 가면 그럭저럭 쓸만한 결과가 나온다. 멍게타입의 중간 관리자는 이롭지도 않지만 그렇게 큰 해가 되지는 않는다.
4위-멍부(멍청하고 부지런한 관리자) 이런 사람이 많으면 그 조직은 망한다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화약을 짊어지고 불로 뛰어드는 스타일. 방향감각이 없을 뿐더러 아주 열심이기 때문에 가끔‘빠른 시간 안에 어떻게 이렇게 일을 망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 정도의 결과를 내기도 한다. 또 안 좋은 점은 쓸 만한 부하사원들은 똑부, 똑게, 멍게 스타일의 상사 밑에서는 나름대로 버텨나가는 데 멍부 스타일 밑에서는 버텨내질 못한다. 즉 미래의 희망이 될 쓸 만한 부하사원을 조직에서 쫓아내는 역할마저 한다. 이들의 대표적인 정신으로는 3무 정신을 들 수 있는데 무개념, 무계획, 무책임이다. 일을 할 때 개념이 없는 상태에서 계획을 세우며 또 밀어붙여서 나쁜 결과가 나왔을 때 책임은 지지 않는다.
출처 : 월간 노동법률 - 2005년 9월호 (통권 제1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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