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례평석 ] 불이익 변경시 동의의 대상으로서의 취업규칙
I. 대상판결이 인정한 사실관계 및 사건의 개요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원심판결1)에 따라 다음과 같이 사실관계를 인정하였다.
원고들은 ○○자동차판매 주식회사(아래에서는‘○○자동차판매’라 한다)에서 근무하다가 1998.9월 이전에 퇴직한 판매직 사원들인데, ○○자동차판매는 1997.6월 무렵 계열회사간 전직으로 노동조합에 가입한 근로자의 수가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총 근로자의 반수에 미달하게 되었고 원고들은 모두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사실, ○○자동차판매가 속한 ○○그룹이 1997.7.15 금융기관의 부도방지협약 적용업체로 선정되는 등 경영상의 위기가 닥치자 ○○자동차판매의 노동조합은 회사의 재건을 위하여 회사측의 자구계획에 적극 협조한다는 의미에서 1997.7.18 중앙집행위원회를 개최하여 경영정상화가 이룩될 때까지 상여금, 휴가비, 월차수당을 반납하기로 결의하고 1997.7.24 그 결의내용을 회사측에 통보하였고 이에 1997.7.29 회사와 노동조합이 같은 내용의 노사공동결의서를 작성한 사실, 한편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자동차판매의 과반수 사원들이 위와 같은 취지로 결의하고 그러한 내용이 담긴 서면에 서명한 사실 등이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가지고 원심판결은 위 1997. 7.29자 노사공동결의서로서 상여금·휴가비 등에 관한 기존 단체협약이 변경되었고, 그 효력은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35조에 따라 원고들에게도 미친다고 판단하여, 위 일자 이후 상여금·휴가비 등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들의 청구를 배척하였고, 이에 불복하여 원고들은 상고하였다.
한편 위와 같이 원심법원이 인정한 사실 이외에 대법원은, ○○자동차판매를 포함한 ○○그룹은 1997.7.28 28개의 계열사를 구조조정하여 5개로 정리하고 임직원의 임금동결 외에 상여금·휴가비 등을 반납하여 경비를 절감하는 내용이 포함된 자구계획서를 마련하였으며 그 사실은 당시 언론이나 ○○그룹과 ○○자동차판매의 사내홍보매체를 통하여 ○○그룹 소속회사의 임직원들에게 모두 알려진 사실, ○○자동차판매의 노동조합이 위와 같이 상여금 등의 반납 결의를 할 당시 ○○자동차판매의 각 지역본부 및 산하 지점, 정비사업소 및 부품사업소별로 상여금 등 반납 결의대회를 개최하였고 과반수의 사원들이 위 각 지점 및 부서별 같은 취지로 결의하고 그러한 내용이 담긴 서면에 서명함으로써 동의하였는데 원고들은 위 결의서에 서명하지 않았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면서 대상 사건에 대하여 원심판결과는 별도로 사실 인정을 하였다.
Ⅱ. 대상판결의 이유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원심판결이 앞서와 같이 단체협약의 일반적 구속력에 관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35조를 해석, 적용하여 판단한 데 대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즉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35조는“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상시 사용되는 동종의 근로자 반수 이상이 하나의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게 된 때에는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 사용되는 다른 동종의 근로자에 대하여도 당해 단체협약이 적용된다”고 규정하여 노동조합원이 아닌 근로자에 대하여 단체협약의 효력을 확장하는 바, 위 규정에 따른 단체협약의 일반적 구속력이 인정되기 위한 요건인‘하나의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란 단체협약의 본래적 적용대상자로서 단체협약상의 적용범위에 드는 자만을 일컫는 것으로 단체협약상 특별히 적용범위를 한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당해 단체협약의 협약당사자인 노동조합의 조합원 전체를 말하고 단체협약이 근로자 일부에게만 적용되는 것으로 한정하는 경우에는 그 한정된 범위의 조합원을 말한다 할 것이라면서, 이 사건에서 위 1997.7.29자 노사공동결의서로 상여금·휴가비 등에 관한 기존 단체협약이 변경되었다고 할 것이지만(대법원 2001.1.19 선고, 2000다30516 등 판결 참조), 위 일자 당시 ○○자동차판매의 노동조합에 가입한 근로자의 수가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총 근로자의 반수에 이르지 못하였던 이상 위 단체협약에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35조에 따른 일반적 구속력을 부여할 수 없으니 결과적으로 노동조합원이 아닌 원고들에게 위 단체협약 변경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법리는 위 단체협약의 체결 당사자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원고들이 변경되는 단체협약과 동일한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하여 달라질 수 없다고 판시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위 단체협약 변경의 효력이 원고들에게도 미친다고 판단하였으니 이 부분 원심의 판단에는 단체협약의 일반적 구속력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할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앞서 인정한 사실 외에도 ○○자동차판매를 포함한 ○○그룹은 1997. 7.28 28개의 계열사를 구조조정하여 5개로 정리하고 임직원의 임금동결 외에 상여금·휴가비 등을 반납하여 경비를 절감하는 내용이 포함된 자구계획서를 마련하였으며 그 사실은 당시 언론이나 ○○그룹과 ○○자동차판매의 사내홍보매체를 통하여 ○○그룹 소속회사의 임직원들에게 모두 알려진 사실, ○○자동차판매의 노동조합이 위와 같이 상여금 등의 반납 결의를 할 당시 ○○자동차판매의 각 지역본부 및 산하 지점, 정비사업소 및 부품사업소별로 상여금 등 반납 결의대회를 개최하였고 과반수의 사원들이 위 각 지점 및 부서별로 같은 취지로 결의하고 그러한 내용이 담긴 서면에 서명함으로써 동의하였는데 원고들은 위 결의서에 서명하지 않았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면서, 그렇다면 ○○자동차판매가 ○○그룹 차원에서 자구계획서를 작성하면서 그 자구계획서 내에 ○○그룹이 정상화될 때까지 ○○그룹 소속회사의 임직원들의 상여금·휴가비 등을 반납하는 방침을 정하여 그 내용을 서면화 하였으므로 위 자구계획서는 종업원의 근로조건 변경을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서 취업규칙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대법원 2004.2.12 선고, 2001다63599 판결 ; 2004.2. 27 선고, 2001다28596 판결 등 참조), 한편 취업규칙에 규정된 근로조건의 내용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함에 대하여 근로자 과반수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없어 근로자들의 회의 방식에 의한 과반수 동의가 필요한 경우 한 사업 또는 사업장의 기구별 또는 단위 부서별로 사용자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근로자 상호간에 의견을 교환하여 찬반의견을 집약한 후 이를 전체적으로 취합하는 방식도 허용되므로(대법원 2003.11.14 선고, 2001다18322 판결), 달리 회사측의 부당한 개입이나 간섭을 인정할 자료가 없는 이 사건에서 ○○자동차판매의 변경된 취업규칙은 이에 동의하지 아니한 원고들에 대하여도 적용된다고 할 것이어서, 결국 원고들은 위 일자 이후 퇴직일까지의 상여금 등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
Ⅲ. 평 석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원심판결이 단체협약의 일반적 구속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하면서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과반수에 이르지 않았던 대상판결의 사안은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시하였다.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이 원심법원의 사실인정과 이와는 별도로 스스로 인정한 사실인정에 따른 사실관계에 기초하여 이 사건 사안에 대하여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해당하고, 근로기준법 제97조 제1항 단서의 동의 절차를 거친 것이라고 판시하였으나 타당한 것인지 의문이다.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을 위해서는 우선 기존의 취업규칙이 존재하여야 하고 이를 불이익하게 변경한 취업규칙이 있어야 하며 이것이 제시되어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자동차판매의 당시 취업규칙이 상여금 등을 어떻게 정하고 있었는가를 먼저 확인하였어야 했다. 그런데 대상판결의 어디에서도 당시 취업규칙에서 상여금 등의 규정이 어떻게 정하고 있다는 언급이 없다. 당시 근로자들이 상여금 등을 반납한다고 결의하였던 것으로 이는 기존의 취업규칙에서 상여금 등 규정이 존재하였음을 전제로 한 행위였다고 추정될 뿐이고 이에 따라 기존의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 아닐까라고 추측할 뿐이다.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상여금 등에 관한 취업규칙이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마땅히 살폈어야 했다.2)
그리고 취업규칙을 변경하려면 변경된 취업규칙이 존재하여야 하고 변경된 취업규칙에 대하여 동의할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에게 제시되었어야 한다.3)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자동차판매가 ○○그룹 차원에서 자구계획서를 작성하면서 그 자구계획서 내에 ○○그룹이 정상화될 때까지 ○○그룹 소속회사의 임직원들의 상여금·휴가비 등을 반납하는 방침을 정하여 그 내용을 서면화 하였으므로 위 자구계획서는 종업원의 근로조건 변경을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서 취업규칙에 해당한다”라고 판시하였다. 대상판결은 자구계획서상 상여금 등 반납 방침이 취업규칙 변경에 해당한다고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상여금 등을 정하고 있는 기존의 취업규칙이 존재한다면 사용자는 그 취업규칙에 규정된 내용을 변경하겠다고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에게 제시하여야 하는 것이지 ○○그룹 차원에서 채권단에게 제출하는 자구계획서4)로 상여금 등 반납 방침을 정하고 있다고 하여 이를 취업규칙으로 파악할 수도 없는 것이고 기존의 취업규칙의 내용을 변경하는 것이라고 본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자구계획서는 당시 ○○그룹차원에서 작성된 것이고, 이는 어디까지나 그룹차원의 자구계획을 밝혀 채권회수 등 당면한 자금압박에서 벗어나 회사를 회생하여 보고자 채권단에게 제출하였던 것이다.
당시 그 일부내용이 언론에 유출되어 단편적으로 보도되기도 하였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에 대하여는 근로자들이 알 수 있는 문서는 아니었다. 이처럼 자구계획서가 채권단에 제출하기 위해 작성되고 실제로 채권단에 전달되었을 뿐인데도 그 자구계획서에 근로자의 상여금 등 삭감 내용이 포함되었다고 하여 어떻게 이를 기존 취업규칙의 변경으로 파악하고 변경된 취업규칙이 근로자들에게 제시되어 그 동의를 구하였던 것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당시 자구계획서는 그 목적에 맞게 근로자가 아닌 채권단에 향하여져 있었던 것이고 실제로 그렇게 활용되고 제출되었을 뿐이다.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자구계획서가 마련되자“그 사실이 언론이나 ○○그룹과 ○○자동차판매의 사내홍보매체를 통하여 ○○그룹 소속회사의 임직원들에게 모두 알려졌고, ○○자동차판매의 노동조합이 위와 같이 상여금 등의 반납 결의를 할 당시 ○○자동차판매의 각 지역본부 및 산하 지점, 정비사업소 및 부품사업소별로 상여금 등 반납 결의대회를 개최하였으며 과반수의 사원들이 위 각 지점 및 부서별로 같은 취지로 결의하고 그러한 내용이 담긴 서면에 서명함으로써 동의하였다”면서 이를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의 절차를 거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당시 채권단에 제출하기 위해 마련된 자구계획서가 언론이나 사내홍보매체를 통해 ○○그룹 소속회사 임직원 모두에게 알려졌는지 알 수 없으나 설사 알려졌다고 하더라도 사용자가 자구계획서에 따라 기존의 취업규칙을 변경한다는 것에 대하여는 알려진 사실이 없고 어디까지나 채권단에 제출할 자구계획서로서 알려진 것에 지나지 않았다. 이를 가지고 사용자가 상여금 등 기존의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데 대하여 근로자들에게 제시하여 그 동의를 구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당시 ○○자동차판매가 상여금 등 반납을 내용으로 하는 취업규칙 변경에 대하여, 위 자구계획서를 통해 알려진 것 이외에, 근로자들에게 제시하였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확인되고 있지 않으며 이러한 사실의 인정이 없이 대법원은 판시하였던 것이다. 만약 ○○자동차판매가 근로자들에게 별도로 상여금 등 반납에 대하여 제시한 바 없었다면 이는 사용자 스스로도 당시 변경된 취업규칙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이라 할 것이다. 채권단에게 제출한 자구계획서 이외에 근로자들에게 상여금 등 반납에 대하여 제시하였어야 하는 것인데 그렇지 않았다면 근로자들에게 변경된 취업규칙에 대하여 제시하여 동의를 구한다는, 기존의 근로조건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취업규칙 변경 절차의 전제인 변경된 취업규칙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마땅할 것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당시 근로자들이 상여금 등 반납 결의대회를 개최하여 과반수 이상이 결의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채권단, 정부, 국민 등에 대하여 대외적으로 회사를 살리기 위한 근로자들의 노력과 의지를 밝히고자 하는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5) 이러한 표현은 사용자에게 향하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의 다짐에 지나지 않는‘결의’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하나의 표시행위이긴 하지만 일정한 법률효과를 발생케 하고자 하는 의사표시로 파악되지 않거나 적어도 선행되어야 할 사용자의 행위인 변경된 취업규칙의 존재(작성)나 제시하여 동의를 구하는 행위가 없었던 것이므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라는 유효한 법적 효과를 발생케 하는‘동의’로 평가될 수는 없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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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지법 2003.9.3, 선고 2003나3033 판결
2) 을 제11호증으로 제출된 당시 ○○자동차판매의 취업규칙 제50조에는 상여금의 지급대상 및 퇴직자에 대하여 일할계산 등을 규정하고 있을 뿐 상여금의 지급의무, 지급률, 지급시기 등에 대하여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이에 따라 비조합원인 원고들이 무엇을 근거로 상여금을 지급받았던 것인지 파악하는 것이 확인되지 않는다. 단체협약이 정해지면 이에 따라 비조합원들에게도 지급되었던 것인지 아니면 관행에 의한 것인지 파악되지 않는다.
3) 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과반수 이상의 근로자로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지 않았으므로 근로자들에게 제시되어 그 동의를 구하여야 한다.
4) 을 제4호증으로 제출된 자구계획서의 정식명칭은‘그룹 자구계획서’이다. 1997.7.28 ○○그룹이 작성인 명의로 되어 있고 제1장 자구계획의 원칙 부분에서 첫째로 ○○그룹 경영진은 과오를 통감하고 회사를 재건, 채권단에 보답한다고 밝히고 있다.
5) 물론 당시 결의 중 일부는 사용자에게 상여금 등을 반납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변경된 취업규칙을 사용자가 근로자들에게 제시하여 동의를 구하는 행위가 선행되지 않았던 것이므로, 그 결의를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있어서 근로자들의 동의로 파악할 수는 없다.
출처 : 월간 노동법률 - 2005년 10월호 (통권 제17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