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노무, 노동법률/인사노무자문

인사부서의 새로운 역할과 기능

이동완노무사 2005. 6. 28. 16:23

 

 

Ⅰ. ‘인사쟁이’라는 함정(陷穽)


2004년 일본에서는 요로 다께시(養老孟司)가 쓴 <바보의 벽>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었다. 도쿄 의대 해부학 교수였던 그는 자기가 알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닌 것에 대해서 스스로 정보를 차단하는 것, 자신이 알고 싶은 것만을 바라보려 하는 것을‘바보의 벽’ 이라고 표현하였는데 모든 사람들은 알고 있으면서도 이러한 벽속에 갇혀 살아가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이 책은 그해만 해도 4백만부 이상이 팔려 일본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HR 부서에 근무하는 많은 사람들도 스스로 ‘인사쟁이’라고 자칭하는 이러한 바보의 벽속에 갇혀 앞만을 보고 자기 아집이나 덫(Trap)에 빠져있는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과거 인사부서에 대한 인식은‘인사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인사는 마지막까지 회사에서 가장 보수적이어야 한다, 인사는 통제기능이기 때문에 경영성과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이해되어 왔으며, 인사부서에 근무할 사람들은 우선‘인간성이 좋고, 맷집도 좋으며, 현장사람과 잘 어울리는 것’이 최고의 역량이자 전문성보다 더 중요시 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최근 모그룹 인사부서의 사람들 200여명에게 설문을 한 결과, 43%가 담배 한갑 이상 피우고, 음주도 주 2~3회이며, 주량도 소주 두병 정도로 타 부서 사람들의 두배가 넘었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맷집이 좋아야 훌륭한 인사맨으로서의 가장 중요한 역량으로 치부되어 왔다면 인사를 둘러싼 내·외부의 환경이 급변하는 시대에 이제는 무언가 변화되고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Ⅱ. 인사도 변화관리의 시대


인사도 변화관리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모든 환경이 급속하게 달라지고 있고, 특히 디지털 컨버전스의 시대, 기술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조직 속에 근무하는 구성원들의 고용형태는 물론 핵심인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반면, 기업 내에서도 고령화 시대의 도래 등 인사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LG 경제연구소가 10년 후 인사의 변화트렌드를 예측하여 발표한 바 있는데 다음의 표에서 보듯이 인사의 업무도 과거와는 다른 방향으로 급진전되고 있다.

즉 HR 부서의 기능과 역할도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인사부서는 회사의 비전과 전략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데 전략적 파트너로서 기능을 해야 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 현업부서나 일선 관리자들과 협력하여 변화관리를 주도해야 하며 인사도 기업에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부서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인사의 전략적 기능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인사 스탭을 구분한다는 것은 우리가 현업에서 일상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담당자, 전문가 그리고 전략가로 구분하여 접근할 수 있다. 단지 인사의 운영적 차원에서 전략적 차원으로 심화되어 가는 인사의 역할 변천으로 볼 수도 있으며 보다 다원화된 의미를 갖고 있다.
앞으로 인사담당자들이 점점 더 복잡해지는 자신들의 업무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면 복잡다기한 인사의 역할들을 수행해야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수직과 수평적 차원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인사담당자에게 필요한 여러 가지 기능과 역할을 다양한 관점에서 정의한 모델이 데이비드 울리히(David Ulrich)가 제시한 다중역할 모델이다. 인사담당자나 부서가 사업의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 완수해야만 하는 중요한 네가지 핵심역할을 제시하는 모델이다.


Ⅲ. 인사부서의 새로운 기능과 역할

앞서 이야기한 네가지 모델에 대해서 인사(HR)스탭은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 것일까.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① 조직의 인프라관리
② 직원의 헌신(Commitment)에 대한 관리
③ 전략적 인사관리
④ 변화관리의 주도


1) 행정 전문가와 인프라 관리

조직의 인프라관리는 인적자원관리의 전통적인 역할을 수행해 온 것이다. 인사담당자가 행하는 채용, 교육훈련, 평가, 보상, 승진 등과 아울러 조직 내의 인력흐름을 관리하는 것으로, 조직의 프로세스들이 효율적으로 관리되기를 바라는 과업들이다. 인적자원관리의 초점들이 전략으로 옮겨가면서 이러한 기업의 인프라를 관리하는 일들이 경시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지금의 우리 기업들이 전략적 인사관리를 강조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러한 인프라 기능이 경시될 가능성이 충분하고 심지어는 포기할 단계에까지 이르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러한 인사의 기본적인 기능을 무시하고서는 지속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은 뻔한 일이다.
이러한 조직이나 인사의 인프라관리는 인사담당자로 첫발을 내딛고 있으면서부터 중간관리자에 이를 때까지는 이와 같은 업무에 몰두하여 인사의 기반을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 인프라관리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채 지금 유행하고 있는 전략적 인사기능만을 잘 수행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인사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많이 나타나는 현상인 ‘인사는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CEO들이 현상에 일어나는 일상의 인사기능에만 집착한 나머지 이들이 인사전문가로 인정받는다는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2) 직원의 공헌(Commitment)에 대한 관리

직원의 조직에 기여나 헌신을 끌어내는 역할이란 직원들의 일상적인 문제와 관심사 및 욕구를 해결하는데 관여하는 것을 말한다. 인사활동은 직원들이 일을 훌륭하게 처리할 수 있는 역량과 열심히 일하고자 하는 마인드를 갖게 해주는데 있다.
특히 구조조정이 상시적으로 일어나고 있고 또한 고용주와 구성원간의 심리적 계약이 약화되어가고 있는 요즘에는 이러한 인사의 기능이 중시된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의 인사기능은 직원의 기여를 위한 관리에 많은 비중을 두게 됨으로써 인사는 누구나 할 수 있다든지 또는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는 사람을 인사부서에 배치하게 되는 일시적인 기현상을 낳기도 한다.
이러한 인사의 기능이 잘못되었다고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왜 이러한 기능이 중시되었는지를 따져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사람을 인사분야에 배치한다든지 또는 입이 무거운 사람을 인사에 배치한다든지 하는 경향이 결국은 직원들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기는 하지만 우리 기업들의 수준에는 맞지 않는 행태이다.
이러한 인사의 기능은 직원들의 변화하는 요구사항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귀를 기울이고, 적절한 조치를 해주고, 직원들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는 방법들을 찾아내는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수년 전 종업원 만족도지수(ESI : Employee Satisfaction Index)를 산정해서 이를 현장에 반영하는 것이 인사부서의 주된 업무인 적도 있었지만 이 또한 조직구성원의 충성심을 자극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또한 가장 뛰어난 인사담당자는 모든 직원들의 이름을 알고 있어야 하고 사업장을 돌아다니면서 직원들의 말과 불만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최고의 직무수행요건이 된 적도 있었다.


3) 전략적 인사관리

전략적 인사관리의 역할은 인사전략 및 활동을 사업전략과 연관시켜서 행한다는 것이다. 인사전문가가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려면 전략적 파트너로서 활동하면서 사업전략이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경험이나 이해를 필요로 한다.
그렇다면 전략적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는 말은 수없이 해왔는데 도대체 어떻게 하는 것이 전략적 파트너 역할을 하는 것인가. 전략적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인사담당자가 사업전략의 결정과정에‘참여’해야 하고, 사업전략과 방향에 일치하도록 인사기능을‘설계’할 때 가능하다. 참여와 설계라는 단어가 핵심 키워드일 수 있으며 이러한 단어를 수행하거나 이해가 가능한 계층은 최소 관리자급 이상이 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전략적 인사기능이 크게 부각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앞의 인프라 관리와 기여관리에 몰입을 한 인사담당자는 지금과 같은 전략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고 또한 그러한 능력을 갖출 기회도 없었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인사부서장을 외부에서 공모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러한 기업들의 공통점이 자체 내에서 진정한 전략적 인사관리를 수행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내지 못했거나, 인프라 관리 및 기여관리 차원의 인사담당자만을 양산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4) 변화관리

인사전문가가 기업에 부가가치를 창출시킬 수 있는 또 하나의 역할이 변화관리이다. 이러한 기능으로부터 개인이 가질 수 있는 핵심역량은 변화역량이다.
기업현장에는 항상 변화를 요구받고 있기 때문에 인사담당자라면‘인사는 보수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직원들이 옛것을 버리고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도록 도와줌으로써 사업파트너 역할을 도와주어야 한다.
인사의 기능면에서 볼 때 전략적 인사관리 수준이 최고의 상위 기능이라면 더 이상 인사담당자가 할 일이 인사부서에는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반면 개인적인 측면에서도 변화관리가 필요하다. 부장까지 잘 버티어온 사람이 임원이 되고서도 인사를 맡게 되는 해피한 경우도 있는 반면, 임원이 되고나서 다른 기능을 맡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인사담당 임원이 되고서도 지속적으로 자신의 전문분야를 지속적으로 가져가는 경우도 가끔은 있지만 그리 흔한 경력코스가 아니다. 아주 큰 대기업이 아니고서는 인사담당 부사장(CHRO: Chief Human Resources Officer)을 두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보면 이러한 과정이 이해가 될 것이다.
따라서 이 단계에서 자신의 경력코스를 잘 설정해야 하는데 최종 경력목표를 CEO로 가져갈 것인지 아니면 CHRO로 가져갈 것인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



Ⅳ. 인사 담당자의 비전과 역량(Competency)

이와 같이 인사부서의 역할과 기능이 다원화되어야하는 상황에서 인사 담당자들도 과거와는 다른 전문적 역량을 갖도록 해야 한다. 한 조사에 의하면 인적자원관리, 노동법이나 정책, 조직행동이나 조직 심리학 등이 중요하다고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선진기업들의 인사부문 담당자들에게 제일 중요한 역량으로 무엇보다도 회사 전략이나 비즈니스 차원의‘비즈니스 지식’이 제일 중요하게 설정되고 평가되는 항목으로 제시되고 있다.
실제 인사부서원들도 이제 회사에 대한 전략수립에 적극 참여하고 전사적 차원에서 인사전략이 수립되고 이에 따른 목표관리도 회사의 전략과 일치되도록 해야함은 물론 부서원 개개인들도 이러한 분야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도록 해야만 한다.
이제 인사 담당자들의 새로운 역량과 전문지식이 요구되는 시대다. 인사부서는 물론, HR부서에 근무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변화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바보의 벽에 갇힌 사람이 많은 조직이나 사회는 항시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인사담당자들의 비전도 각자가 인사에 대한 전문역량을 갖추어 회사와 조직에 공헌함으로써 자기발전을 함께 도모할 때 생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Ⅴ. 맺는 말

환경변화에 따라 HR부서의 기능과 인사부서원들의 역할도 경영환경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앞에 데이비드 울리히(David Ulrich)가 언급한대로 변화 주도자로서의 전략적 파트너, 행정 전문가, 직원옹호자, 변화 주도자라는 인사부문의 네가지 역할을 참고로 하여 인사는 회사의 비전과 전략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데 인사쟁이가 아니라 전략적 파트너로서 기능을 해야 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 현업부서나 일선 관리자들과 협력하여 변화관리를 주도해야 하며 결국 인사도 기업에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부서로 평가되어 이른바 인사의 전략적 기능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인사부서는 물론 개인들도 다른 영업 부서원들처럼 계량화가 가능한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평가되고 평가에 의한 결과가 회사의 전략과 일치하는 일인가를 따져보아야 한다. 그 동안에는 인사의 기능과 인적자원은 정성적이고 객관성 문제로 평가되지 못하였으나 이미 선진기업들은 채용ㆍ보상 및 복리후생ㆍ훈련 및 조직개발ㆍ인재 유지 등으로 구분하여 계량화 하고 있으며 HR은 비용이 아니라 기업 성과를 창출하는 전략적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HR의 전략적 가치 극대화가 필요하므로 BSC(Balanced Score Card)의 측정지표를 개발하여 적용하기 시작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보면 인사에서도 단순 반복적인 교육이나 급여업무 등과 같은 일은 과감히 아웃소싱을 통해 업무를 줄이고 핵심업무 중심으로 재편해 나갈 필요가 있으며 인사도 과감한 변화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