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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관계의 승계를 위한 영업양도의 요건

이동완노무사 2005. 6. 28. 16:29
근로관계의 승계를 위한 영업양도의 요건




【사 례】A사는 자동차의 유니트 등을 생산하는 전장사업부와 카스테레오를 생산하는 전자사업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자사업부의 생산라인은 대부분 중국으로 이전한 지 오래되었고 전장사업에 주력하는 상태였다.

누적된 적자로 부도위기에 처하자 1998년 3월 20일 A사는 전장사업부문과 관련한 일체의 자산을 B사에 매도하는 내용의 자산매매계약을 B사와 체결하였고, 동 계약에 따라 부채를 제외한 모든 자산을 매도하면서 거래처에 대한 계약자로서의 지위도 양도하였다.

자산매매계약서에는 B사가 A사 근로자의 고용승계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밝히고 있으나, A사가 전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B사에 대한 입사희망 여부를 조사하여 그 명단을 통보하였고 B사는 기준인원의 범위 내에서 신규채용을 원칙으로 하되 A사가 통보한 입사희망자를 우선 고려하기로 하여 결과적으로 199명 가운데 B사에 대한 취업신청서를 제출한 176명이 특별한 선별절차 없이 1998년 4월 1일자로 신규채용 되면서 이전에 수행하던 업무를 그대로 수행하게 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모든 근로자의 당연한 고용승계를 주장해오던 甲은 정해진 기한 1998년 3월 25일까지 취업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가 뒤늦게 제출하였다는 이유로 B사로부터 취업신청서가 반려되었는 바, 甲에 대한 B사의 행위는 법률상 정당한 것인가?

Ⅰ. 문제의 소재

급변하는 경제상황에 적응하고 기업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하여 합병, 영업양도 또는 회사분할 등 다양한 형태의 기업변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기업변동에 대해 근로자가 그 과정에 절차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이 미비하고 기업변동에 따른 근로관계의 처리에 대하여 명문의 규정이 없기 때문에 기업의 변동과정에 있는 경우 근로자들은 근로관계의 존속이나 내용과 관련하여 상당한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할 것인데 이러한 문제의 해결은 아직까지 해석론에만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다.

기업변동의 다양한 양태 가운데 자주 쟁점이 되고 있는 영업의 양도와 관련하여, 판례는 영업이 포괄적으로 양도되었다고 인정되면 계약당사자 사이에 근로관계의 승계에 대하여 명시적인 합의가 있는 경우는 물론이고 근로관계의 승계에 대하여 아무런 합의를 하지 않은 경우에도 근로관계는 승계된다고 파악하고 있다.
나아가 영업이 포괄적으로 양도되는 과정에서 계약당사자가 일부 근로자를 승계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명시적인 합의를 한 경우에도 그러한 근로관계 승계 거부의 이유에 정당성이 없는 한, 그러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근로관계는 승계된다고 함으로써 근로관계의 운명이 사업양도라는 사용자측 사정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좌우되는 것을 제한하고 근로기준법상 해고제한의 법리가 부당하게 회피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문제는 당사자가 영업양도로서의 성격을 명시적으로 부정하고 있는 경우로서, 사안처럼 양도계약당사자가 영업양도가 아니라 단순한 자산매매계약에 불과하다는 점을 계약내용에서 분명히 하고 있을 때 당사자의 의사에도 불구하고 근로관계가 승계되는 것인가에 있다.
근로관계의 이전 여부는 영업양도의 법률효과로서 문제되는 것임을 감안할 때, 근로관계의 포괄승계라는 효과를 발생하기 위한 요건으로서 영업양도는 어떤 경우에 인정되는 것인가 즉, 어떠한 요소가 양도되어야 근로관계의 승계를 초래하는 영업양도로서 인정될 수 있는가를 살펴봄으로써 이러한 문제에 답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사안에서는 판례 및 관련 학설의 해석론을 중심으로 A사와 B사의 계약을 실질적인 영업양도로 볼 수 있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이를 긍정하는 경우 근로관계 승계의 인정 여부 그리고 그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를 검토하는 것이 핵심과제라 할 것이다.

Ⅱ. A사와 B사간의 영업양도 성립 여부

1. 영업양도의 요건

판례는 지속적으로 영업양도에 관하여‘일정한 영업목적에 의하여 조직화된 업체 즉, 인적 · 물적 조직을 그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일체로서 이전하는 것’이라고 하는 바, 영업양도의 판단에 있어 인적·물적 조직의 동일성 유지가 중요한 기준이 됨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물적 수단만의 이전으로는 영업양도로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여기에서 인적·물적 조직이 동일성을 유지하는지 여부의 판단은 판례에 따르면‘일반 사회 관념에 의하여 결정되어져야 할 사실인정의 문제’이며‘영업의 양도로 인정되느냐 안되느냐는 단지 어떠한 영업재산이 어느 정도로 이전되어 있는가에 의하여 결정되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고 거기에 종래의 영업재산이 유지되어 그 조직이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로서 기능할 수 있는가에 의하여 결정되어져야 하는 것’이라 하고 있다. 그러므로‘영업재산의 전부를 양도했어도 그 조직을 해체하여 양도했다면 영업의 양도는 되지 않는 반면에 그 일부를 유보한 채 영업시설을 양도했어도 그 양도한 부분만으로도 종래의 조직이 유지되어 있다고 사회관념상 인정되기만 하면 그것을 영업의 양도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따라서 반드시 영업의 전부가 양도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영업의 동일성을‘일반 사회 관념’에 따라 판단하기가 극히 어렵다는 점에 있다. 대법원은 그 구체적인 기준이나 고려요소를 지금까지 한번도 분명하게 제시한 적이 없다. 다만, ‘당사자 사이에 외형상으로는 영업용 재산을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인수· 인계받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하더라도, 실제로는 그 전후에 종래의 영업이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그대로 운영되고 있다면, 당사자 사이의 내심의 의사는 영업양도를 목적으로 한 것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이러한 경우 영업용 재산의 이전에 관하여 외형상 이루어진 법률행위는 영업양도의 진정한 목적을 감추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 할 것’이라는 점을 확인함으로써 형식적인 양도계약의 문언에 따라 영업양도 해당성을 결정할 수는 없고, 그 실질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함을 시사하고 있다.
이러한 대법원의 태도는 근로기준법상의 해고제한법리가 영업의 양도상황을 계기로 한 양도계약당사자 사이의 과장된 의사에 의하여 침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근로관계의 승계를 초래하는 영업양도의 개념이 해고제한법리와의 상관관계에서 파악되어야 하며 계약당사자의 주관적 의사보다 근로관계의 존속보호라는 목적에 비중을 두어 객관적인 관점에서 판단해야함을 강조한 것으로써 전체 법질서의 규범적 요청에 의한 타당한 결론이라 할 것이다.

한편, 영업양도는 조직체의 사실상 인수를 요건으로 하므로 채권계약 및 물권행위 등을 전제로 하는 소유권의 변경이 반드시 문제되는 것은 아니며 타인의 영업에 대한 이용권 및 처분권을 사실상 취득하면 양수인이 되는 것으로서 그에 따라 양수시점 역시 필요인력의 확보시점과 일치하게 된다.
따라서 사실상의 인수라는 요건의 성격상 당사자간 계약은 그다지 중요한 의미를 갖지 못한다. 즉, 법률행위의 종류는 매매든 임대차든 증여든 제한이 없으며 여러 법률행위의 결합으로도 영업양도가 달성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본 사안의 양도계약당사자가 체결한 자산매매계약이 영업양도의 해당성 판단에 있어 중요한 고려요소가 될 수 없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2. 사안의 검토

사안에서 B사는 자산매매계약에 기하여 A사의 전장사업부문의 모든 자산을 양수하는 한편, A사 소속 근로자들만을 신규채용의 형식으로 다시 고용하여 이전에 수행하던 업무를 그대로 수행하게 하였는 바, 비록 자산만을 인수할 뿐 인적 조직을 인수하지 않을 것을 명시적으로 밝혔고 직원채용에 있어 신규입사의 방식을 취하였으며 부채를 인수하지 않았다는 점 등이 영업양도의 해당성 판단에 혼란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계약당사자의 주관적 의사보다 근로관계의 존속보호라는 목적에 비중을 두어 객관적인 관점에서 판단한다면 실질적인 입사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소정의 기한 내에 입사의사를 표시한 A사의 근로자 전부를 채용한 점, 다시 고용한 근로자수가 전체 199명 중 176명에 달하며 실제 공개채용의 형태로 A사 소속 근로자 이외의 근로자를 신규채용하지 않은 점 및 기존의 수행업무를 그대로 수행하게 된 점 등을 고려할 때 영업의 물적 조직은 물론 인적 조직 역시 그 동일성을 유지한 채 A사의 영업 가운데 일부부문을 양수한 것으로 볼 것이다.

Ⅲ. B사와 甲의 근로관계 존재 여부

1. 영업양도에 따른 근로관계 승계의 법적 근거

영업양도가 이루어질 경우 근로관계의 승계여부에 대하여는 종래 승계부정설, 자동승계설, 원칙승계설 등 다양한 견해가 제기되었다. 주로 발생하는 문제는 근로관계의 승계에 관한 합의가 영업양도계약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경우 또는 일부 근로자의 승계배제를 합의한 경우 근로관계가 승계될 것인지 여부인데, 판례와 대부분의 학설은 당사자간의 합리적인 의사해석을 통하거나 해고제한법리의 해석을 통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관계가 포괄적으로 승계된다는 점에 대부분 일치하고 있다.

2. 사안의 검토

A사와 B사간에 이루어진 기업변동의 실체가 영업양도로서 판단된 사안에서 B사가 甲의 취업신청서를 반려한 행위는 영업양도에 따른 근로관계의 포괄승계법리에 따르면 지극히 부당한 처사라 아니할 수 없다.
다만, 甲이 취업신청서를 정해진 기한까지 미제출한 사유가 근로관계승계에 대한 이의제기의 차원이라고 본다면 甲이 A사에 잔류하고자 하는 의지를 존중할 것인지의 문제는 이의제기권의 인정 여부에 대한 논리 및 근로관계의 승계에 관한 각 학설의 미묘한 차이에 따라 그 근로관계의 당사자 및 불복주체가 바뀌는 결론으로 귀결되겠지만, 사안의 경우 甲은 모든 근로자의 당연한 고용승계를 주장해왔던 사실 및 기한을 넘기긴 했지만 결국 취업신청서를 제출한 사실로부터 B사에서 근로하고자 하는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바, 비록 B사로부터 채용거부의 통지를 받았지만 영업양도에 따른 포괄승계의 법리에 따라 B사를 상대로 근로관계의 승계를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Ⅳ. 결 론

노동법의 관점에서 볼 때 영업양도라는 법률요건과 근로관계승계라는 법률효과는 양도계약당사자의 주관적 의사와 무관하게 객관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법률요건으로서의 영업양도의 개념은 사전적·객관적으로 명확하게 획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현재까지 판례는 영업양도의 개념에 관한 일반적·추상적 기준만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영업의 동일성과 관련하여 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인적 동일성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는 물적 동일성에 관한 판단과 같은 차원에서 논할 수 없는 특수성이 있다는 점을 충분히 감안할 필요가 있다. 인적 동일성의 판단에 있어서 근로관계는 단지 영업양도의 요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업양도의 법적효과에도 해당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을 간과한 채 인적 동일성을 파악하게 된다면, 근로관계가 승계되어야만 인적 동일성이 갖추어질 수 있고, 인적 동일성이 갖추어져야만 근로관계가 승계될 수 있다는 동어반복의 모순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법적 요건으로서의 근로관계승계와 법률 효과로서의 근로관계승계를 동일시하는 논리적 오류를 전제로 하면, 객관적으로 결정되어야 할 영업양도의 동일성이 근로관계승계의 정도, 범위 또는 형태에 관한 양도계약당사자 사이의 의사에 따라 주관적으로 결정되어버릴 위험이 있고, 이는 결국 영업양도에 따른 근로관계승계법리의 기본적 취지를 형해화시킬 우려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인적 동일성의 유지라는 기준은 근로관계승계의 요건으로서 사업양도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물적 동일성 여부나 기능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고려요소로서 위치지우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주요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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